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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반도체공동연구소의 한 연구실. 10여 명의 연구진이 방진복을 입고 식각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식각은 반도체 생산용 웨이퍼에서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기업체를 제외하고 국내 최대 반도체 관련 연구시설을 자랑하는 이곳에선 식각 외에도 산화와 박막증착 같은 반도체 생산 공정 전체가 실제 이뤄진다.
기존 낸드 플래시(USB메모리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 등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1000배 빠르고 용량은 1.5배 크면서 생산비용까지 낮춘 반도체 소자 개발에 성공한 것도 이곳 연구팀이다. 최근에는 현재 반도체 생산의 기초가 되는 실리콘을 대체할 소재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M14 공장. 지난해 완공된 M14는 단일 반도체 공장으로선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축구장 7.5개 크기에 높이 77m의 건물 내부엔 반도체 공장 두 개가 복층으로 들어서 있다. 반도체 생산공장은 ‘영화에서 보던 우주선 내부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가 투자를 줄이던 2012년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전년 대비 시설투자 금액을 10% 늘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투자금액은 3조8500억원에 달한다. 덕분에 2011년 글로벌 8위(IHS기준)였던 SK하이닉스의 세계 반도체 업계 순위는 지난해 3위로 올라섰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의 소재 개발 프로젝트, SK하이닉스의 대규모는 투자는 ‘포스트 실리콘(Post Silicon)’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산·학의 몸부림이다.
황철성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재료공학과 교수)은 “지금의 실리콘 기반 반도체는 기술상 한계로 2018년 쯤이면 공정과 성능 개선의 한계에 이른다”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된 실리콘을 대체할 ‘포스트 실리콘(Post Silicon)’ 찾기에 한창이다”라고 소개했다.
포스트 실리콘이란 좁게는 실리콘을 대체할 소재 관련 연구를 말하지만, 넓게는 반도체의 성능(집적도)과 컴퓨팅 방식을 개선하는 일까지를 포괄한다.
현재 연간 3410억 달러(약 408조원·2016년 기준) 규모인 반도체 시장 전체를 뒤바꿀 만큼 파괴력 있는 이슈다. 하지만 ‘포스트 실리콘’ 개발 경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어느 국가·기업이건 동등한 출발선에 서 있다.
황 소장은 “포스트 실리콘을 소재 분야로만 국한할 때 사실상 국가별 연구격차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국가 간 경쟁이 시작 단계인 만큼 초기에 연구역량을 집중해 소재 경쟁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기대를 모았던 그래핀은 반체 양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포스트 실리콘’의 한 축인 기술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7월 반도체 업계 1위 기업인 미국 인텔과 5위인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3D 크로스포인트(3D XPoint)’를 공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3D 크로스포인트’는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장점을 결합했다. 낸드의 약점인 처리 속도는 1000배 가량 높이고, 기존 D램보다 10배 가량 큰 데이터 용량을 갖췄다.
인텔의 롭 크루크 수석부사장은 “3D 크로스포인트는 메모리 및 스토리지 솔루션 분야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단언했다. 본격적인 양산은 올해 안에 이뤄진다.
포스트 실리콘 시대의 또 다른 특징은 영역파괴다. ‘3D 크로스포인트’처럼 기존 반도체의 장점을 묶은 제품이 나오는가 하면 미국업체들은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주도해 온 메모리 반도체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그간 인텔을 비롯한 미국업체들은 주로 비(非)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기술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IBM이나 HP같은 시스템 메이커들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쌓았다는 평이다.
선진국들이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와 한 발짝 앞선 소재 개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면 중국 등 ‘반도체 추격국’은 기존 반도체 시장에서 빠르게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6월 ‘국가직접회로(IC)발전추진요강’을 발표하면서 1200억 위안(약 2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해 6월에는 반도체 부문에 앞으로 10년간 1조 위안(약 181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단 계획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포스트 실리콘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기본적으론 세계 제일의 반도체 양산능력을 바탕으로 경쟁자를 쓰러뜨린단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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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예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경기도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축구장 400개 면적(283만㎡)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SK하이닉스도 올해에만 6조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기술인 2z 및 1x나노 D램, 3D 낸드플래시의 개발과 양산을 지속하겠단 계획이다.
김형수 SK하이닉스 뉴메모리공정개발그룹장은 “현재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냉정하게 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보다 2~3년 가량 앞서 있는 것 같지만, 중국은 남들이 해본 길을 걷고 있고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누가 어느 정도 앞서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2년 뒤면 실리콘 반도체 한계…고속·고용량 소재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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