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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마해영의 타석.
9대 9 동점상황에서 마해영은 멋진..아주 멋진..
한국야구사에 길이남을 결승 홈런을 쏘아올렸다.
하지만..
그는 그것으로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것일까..
분명히 내 기억으로 마해영은 1루로 뛰어가다가 혼자 미친사람처럼
제자리에서 세바퀴를 돌고나더니 1루코치와 포옹을 했다.
그리고 덕아웃에서 달려나온 선수들과 뒤엉키면서 안경이 벗겨지고,
그 후 그는 안경만 계속 찾아댕겼다.
내 기억은 여기까지이다. 분명히 그는 홈은 커녕 1루도 밟은 기억이 없다.
난 엘지트윈스 팬으로서 의혹을 밝히고 싶었다.
뭐 우승을 반납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밝힐건 밝혀야 하지 않을까.
난 우선 삼성라이온스 구단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삼성측의 명확한 입장을 들어보고 당시의 정황과 해명을 듣고자 했다.
혹시 삼성측에서 강력히 부인하고 나온다면...?
"맞습니다 맞고요~ 하지만 엘지랑 함께 똑같이 의혹을 밝히겠습니다~~"
이런식으로 물타기를 하고 나온다면?
머리가 복잡했지만 일단 전화를 걸었다.
의외로 그쪽 직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밟았어요"
당황한 나..
"저~ 그러니까 거시기.. 마해영이... 막 뛰다가... (버벅대기 시작)"
"밟았다니까요"
"네~ 알겠습니다~~(뚜-뚜-)" -_-;;;;
일단 구단측의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위안을 하고
이제 마해영이 홈런 때린 당시의 동영상을 구하기로 했다.
이것이야 말로 확실한 증거아닌가~
'아~ 내가 거대 조직 삼성을 상대로 맞짱을 뜨다니..
가문의 영광이로다.. 내 인생의 전성기임이 틀림없어..
혹시 그 쪽에서 내 여동생이나 울 엄마를 납치라도 하면 어떡하지?
내가 오토바이타고 구하러 가야하나..'
뭐 이런생각을 하면서 동영상을 찾았는데
버퍼링이 70퍼센트까지 뜨다가 컴터가 다운이 되버렸다.
으.. 고물 컴퓨터..
우리집 컴퓨터는 인터넷 창을 두개만 띄워놓아도 다운된다.
msn메신저도 다운이 안되서 메신저 한 번 할려면 피시방 가야한다.
하는 수 없이 한국시리즈 동영상을 동네 피시방가서 확인하기로 하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얼굴에 물도 묻히고 그러는데..
두달전 은퇴하고 지금은 사업구상중인 (한마디로 그냥 집에 계시는)
아버지의 태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디가냐~~ 오늘은 책상앞에 잘 안붙어 있는것 같더구나~(주절주절)"
:
:
난 아버지가 세상에서 젤 무섭다. -_-;;;;
하는수 없이 일단 조사는 오늘로 마무리 하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아직 나에게는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내 책상 서랍 한 구석에는 '2002월드컵 미국전에서 이을용의 페널티킥 실축은
오노 골 세레머니 하기가 쑥스러워서 고의로 한 행위였는지 밝혀주세요'라고
한 익명의 팬이 보내준 편지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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