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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터뷰] 고미야마 히로시 도쿄대 총장
"대학이 학생 선발권 갖는 건 당연
서울대 독자적 입시 없다니 놀라워"
도쿄=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 com
입력 : 2005.08.05 18:32 47' / 수정 : 2005.08.05 18:34 15'
▲ 고미야마 총장은…
도쿄대가 법인화된 이후 처음 실시된 작년 9월의 총장 선거에서 재선이 유력하던 법대 출신의 현직 총장을 꺾고 당선돼 화제가 됐었다. 당시 선거는 문과와 이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는데, “도쿄대학을 학술에서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겠다”는 그의 호소가 개혁을 열망하는 소장파 교수들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1967년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강사·조교수 등을 거쳐 1988년 교수에 취임한 뒤 대학원 공학연구과장·부총장·도서관장 등을 거쳤다. 전공은 화학공학이지만, 지구온난화·에너지·빈곤 문제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부총장 시절인 지난 2002년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산업재건을 위해 “움직여라 일본”이라는 제언을 내놓는 등 대외활동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저서에 ‘지구 지속의 기술’ ‘입문(入門) 열역학’ 등이 있다.
한국이 서울대의 입시안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동안, 일본의 도쿄대학은 “세계의 지(知)의 정점(頂點)을 지향한다”는 목표 아래 ‘행동계획(액션플랜)’을 마련해 크게 변하고 있다. 지난 4월 제28대 도쿄대 총장에 취임한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61) 총장은 도쿄대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지난 2일 도쿄대 총장실을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임사에서 “퇴로를 끊고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는데.
“도쿄대학이 미국의 하버드대학이나 MIT 등에 져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총장 임기 4년간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담은 ‘행동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대학 구성원 모두 함께 플랜을 다시 짜서 외부에도 공개했다. 이제 이를 실행에 옮길 것이다. 도쿄대가 법인화된 지 2년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재정기반을 확충하는 일이다. 민간기부금이 중요하다. 작년까지 60억엔을 모금했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계속 늘려나갈 것이다. 3년 뒤에는 기금 축적분만 130억엔을 모금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왜 130억이냐 하면 2007년이 도쿄대 개교 130주년이기 때문이다.”
―교육 연구분야에 대해선 어떤 방침을 갖고 있나. 총장이 강조하는 ‘학술통합화 프로젝트’는 생소한 느낌을 주는데.
“20세기는 인간의 활동폭이 넓어지면서 지식이 폭발한 세기다. 사람의 두뇌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전체를 알 수 없게 됐다. 과학이란 원래 세분화해 나가는 숙명을 안고 있지만, 세분화된 학술에 새로운 통합화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학술통합화 프로젝트’다. 컴퓨터 상에서 인간을 재현하는 ‘인간 시뮬레이션’에서 시작해 인공물·지구·우주에도 도전한다. 당장 인간 프로그램부터 시작했는데, 게놈의 관점에서, 단백질의 관점에서, 신경계의 움직임에서 여러 어프로치가 있을 것이다. 공통항을 갖는 지식이 각자 연구실에 흩어져 있으면 인간의 전체상을 그릴 수 없다. 세분화 되는 과학을 전체로 통합하는 흐름으로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학문의 형태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학술통합화의 선두에 도쿄대가 선두에 서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행동계획’에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강화를 위한 새 교과과정을 도입한다고 돼 있는데.
“문과·이과를 불문하고 필수 기초과목 학점수를 늘려 폭넓은 교양을 익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보충수업 같은 것이 아니다. 도쿄대학은 종합대학이니까, 여러 분야에서 각 분야의 최고수준의 연구자들이 있다. 가령 수학·물리 등 기초학문의 최첨단에선 어떤 연구가 이뤄지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본래 학문이 추구해야할 본질은 무엇인지를 강의해 학술 전체를 조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문의 세계를 앞두고 자신이 없어진 학생들에게 거칠기는 하지만 전체를 한번 보도록 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학술통합화 프로젝트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도쿄대의 국제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자평하나.
“지난 2월 영국의 더 타임스가 매긴 대학 랭킹에서 자연과학·공학·정보공학에서 도쿄대는 7위였다.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학 랭킹의 100위권 안에 일본대학으로는 도쿄대·교토대·도쿄공업대·오사카대 등 4곳만 포함된 반면, ‘포브스’의 기업랭킹 100위권 내에는 일본기업이 10여개가 포함됐다. 대학이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한국에선 서울대의 독자적인 입시안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고 있다. 한·일 간의 차이가 어디서 온다고 보는가.
“서울대에 독자적 입시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솔직히 놀랐다. 일본도 대입 개혁 논의가 있지만 대학 각자 나름대로의 시험을 치른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학이 독자적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왜 그게 문제가 되나. 한·일 양국의 대학제도는 비슷한데 ‘서울대 폐지론’ 등이 나올 정도로 그렇게 나쁜 상황인가? 부족하거나 부정적인 면이 있으면 보완하고 수정하고 합리적으로 해나가면 된다.”
―도요타자동차 등이 내년 개교할 예정인 ‘가이요(海陽)중등교육학교’는 엘리트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영국의 이튼스쿨이 모델이다. 이런 엘리트 교육 붐을 어떻게 보나.
“아주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기업 하는 사람들도 교육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도야마(戶山)도립고 출신이다. 히비야(日比野)고와 나란히 명문 도립고교였다. 내가 졸업한 뒤 얼마 안돼 학구제(한국의 고교평준화에 해당)로 바뀌면서 그런 명문고가 사라졌다. 학구제는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요즘 학구제 폐지 등 공교육 개혁 움직임도 그런 반성에서 나온 게 아닌가. 앞으로 중요한 것은 개성있는 교육이다.”
―도쿄대학은 앞으로도 일본의 대학들을 이끌어가는 ‘리딩 대학’이 될 수 있다고 보나.
“리더라는 것은 결과적인 것이고, 도쿄대는 일본 안에서 머물면 안된다. 세계의 리딩 대학이 돼야 한다. 세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세계를 향해 발신(發信)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그렇다고 유니피케이션(unification·획일화)은 반대다. 글로벌화가 미국화가 돼 버리면 곤란하다. 세계인 모두가 영어를 하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 그런 세계는 원하지 않는다. 각각의 대학은 자신들의 문화를 유지·발전시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각 나라 리딩 대학의 책임이다. 도쿄대학은 일본의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갈 책임이 있다.”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는 총장이 되고 싶나.
“임기를 끝낸 후 ‘상당히 일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고미야마라는 사람이 허풍선이는 아니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런 평가를 받기 위해선 문부과학성과 관계를 확실하게 정립할 것이다. 법인화 이후 대학 운영이 자유롭게 됐다고는 하지만, 족쇄가 상당히 남아 있다. 확실히 매듭지을 단계가 됐다. 나는 말해야 할 것은 확실히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1년쯤 되면 새로운 관계가 정립될 것이다.”
-올들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일(反日) 데모 등을 어떻게 보나.
“나는 중국에서 가장 반일 데모가 격렬했던 4월말에 중국에 갔다. 베이징대학·칭화대학·중국과학원이 참가하는 학술회의에 참가하기로 미리 예정이 돼 있었다. 주위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학술분야에선 교류를 강화해나갈 것이다. 특히 서울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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